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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황진이>의 한 장면. 최고의 춤을 찾겠다며 저자로 나가 춤을 추는 진이를 길가던 모든 이들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진이는 순간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춤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지만, 이를 지켜보던 한 현인으로부터 '천하의 명기라더니, 그저 창기일 뿐'이라는 날카로운 독설을 듣는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진이는 탈과 허름한 옷으로 행색을 바꾼 채 저자로 나가 낮에 춘 춤을 다시 선보인다. 그러나 철저히 외면 당하고 이에 크게 당혹해 한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들이 매료되었던 것은 자신의 춤이 아닌, 단지 자신의 외모였던 것이다.
진정한 행복과 성숙함을 얻기 위한 첫 걸음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무너뜨리는 일일 수 있지만, 비로소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진정한 자신감을 쌓을 수 있게 되는 연단의 과정이다.
덧붙여 현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해주는 이들과, 나의 매력과 재능, 지위에 의해 자신을 대하는 이들을 잘 구별할 줄 안다. 거꾸로 말해 자신의 얕은 재능과 한 시절 외적인 매력을 믿고 교만한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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