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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현상
야구 경기에서 노 아웃 주자 만루 상황을 떠올려 보자. 이 상황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팬들은 몇 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할까? 조사 결과 2.3점을 기대한다고 한다. 즉 못해도 2점은 얻고 잘 하면 3점까지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년간 한국 프로야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상황에서 얻은 점수는 0.8점에 불과했다. 잘해야 1점이고 못하면 0점으로 끝났다는 뜻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아마 주자가 꽉 차있다는 상황 때문에 경기를 보는 팬들은 과도한 기대를 걸게 되지만, 타석에 나가있는 타자가 직면한 현실은 주자가 있든 없든 그저 투수와의 1:1 대결일 뿐이었기 때문 아닐까.
기회보다 집중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손에 잡힐 듯 말듯한 기회가 많은 사람이 지나고 보면 아무런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다양한 대안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붙잡을 게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경우를 보기도 한다.
만일 물을 끓인다고 할 때 100℃ 미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98℃, 99℃는 0℃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불에 냄비를 여럿 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하나라도 100℃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를 만든 후 역동적인 몇 달이 흘러갔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계획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들이 늘어나며 우리는 노 아웃 주자 만루 상황이 되어버렸다. 과연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의 철학과 본질, 역량이 무엇인지 창업 멤버들과 되짚어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순진하면 위기도 기회로 보인다. 현혹되지 않고 집중력과 뒷심을 유지해야 한다. 화려함보다 지루하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일상이 소중하다. (밤새 제안서 써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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