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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회사 휴가를 당겨 쓰고 러시아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한반도와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등 연해주 지역과 하바로프스크 일대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공항은 언제나 설레임을 주죠.
예쁜 여자들이 많아서 여행이 즐거웠던 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단지 점원일 뿐.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연해주는 수도 모스크바와 1만km 가량 떨어져 있지요. 서울과 부산이 500km 정도고요. 여기는 연해주의 주도(主都)이자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던 블라디보스토크 부동항.
보통 온도는 -20도 이하로 떨어지지만 바람이 없어 서울보다 돌아다니기 편한 면도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모스크바에서 시작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종착점. 길이는 무려 9,288km로 지구 둘레의 1/3 정도지요.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러시아의 대동맥.
러시아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무려 5만배 가량의 인플레가 발생했지만 빵 값과 술 값을 동결하고, 전국토 중앙 난방 시스템으로 온수를 공급한 덕에 정작 서민들은 잘 느끼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루지아 식당에서 먹은 치즈 피자와 돼지 구이. 음식이 전반적으로 짜긴 하지만 아주 맛있었던.
마침 여행 일정과 이재오 러시아 특사의 방러 일정이 겹치면서 급 만남이 주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 운영 전략에 대해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답니다.
블라디에서 우스리스크로 이동 중인 버스 안. 여자 후배들의 귀마개와 무릎담뇨를 뺏은 건 아니고요.. 귀여워서 잠시 빌렸어요.
곧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영석 형, KT 광고에 나오는 형원이, 착한 정아 누나, 고딩 성호 군.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방문지는 한국 기업이 소유한 제주도 2배 넓이의 광활한 농지입니다. 국제 곡물 시장에 관심을 가져 보면 최근 2년간 옥수수와 밀 값이 2배 이상 뛰어 오른 걸 볼 수 있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 같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중국, 인도 등의 급성장에 따라 육류 소비가 늘어났는데, 소와 돼지고기 1kg을 얻기 위해 각각 12kg, 7kg의 곡식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두 번째 이유는 대체 연료 생산에 곡물을 쓰기 때문인데, 이미 미국산 옥수수의 25%가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들어가고 있다네요.
이 추세가 계속 되면 돈을 갖고도 곡식을 사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실제로 식량 수입국이던 소련 붕괴의 주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곡물 수출 차단이었죠. 이렇듯 곡물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식량 자급률 27%인 우리나라도 대책이 필요할듯. 최근 중국도 농산물 수입국으로 돌아섰고, 자급률이 비슷한 일본은 이미 남미에 자국 농토 2배 규모의 식량 기지를 확보했다는 것 같더군요.
마침 우리가 러시아에서 상환받지 못한 13억 불의 차관을 연해주의 노는 땅으로 받는건 어떠할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극동 러시아 개발에 기여하고,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해 평화 무드도 조성할 수 있는 해외 식량 기지를 만드는 것이죠.
잊을 수 없는 밤샘 토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었지만,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열린 마음과 배려가 좋았던 시간.
여행이 끝나자 마자 호주로 유학을 떠난 학교 후배 지연이. 나이는 어리지만 참 배울게 많았던 진지한 친구. 완성되어 갈 모습이 기대됨 :)
TSR에 오르기 전 간식을 사기 위해 들른 재래 시장. 추운 기후 탓인지, 서비스라는 개념이 없는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은 것인지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무뚝뚝하고 다소 시니컬한 편.
하바로프스크를 향해 TSR에서 1박. 잊을 수 없는 추억. 실수도 좀 했지만ㅎ .. :)
이번에도 룸메가 된 용수 놈. 덕분에 지난 중국 여행에서 약속한 '2009.01.01 도전 프로젝트'를 많이 구체화 할 수 있었죠. 우리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고, 우리의 행적이 컨텐츠가 될 그런 도전! 미디어와 자본의 후원을 이끌어 낼 영감들이 몽실 몽실.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에 나오던 인투어리스트 호텔. 책에 나온대로 층 마다 나이든 여성들이 앉아서 관리를 하고 있더군요. 투숙객 감시와 매춘부 공급이 주 역할이라고.
모닝콜도 들쭉 날쭉, 룸 서비스 부르면 화내면서 와서 물건 던지고 가고. 원래 의식의 선진화란 오래 걸리는 일인지 서비스 마인드라는 개념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도로에는 한국의 중고 버스, 일본의 중고 승용차가 대부분입니다. 디자인에는 아직 관심이 덜 가는지 수입한 모습 그대로 몰고 다니더군요.
금으로 칠해진 러시아 정교회.
여긴 나름 현대화된 재래시장. 가격은 대부분 정찰제였고, 깔끔하게 잘 정돈 되어 있더군요.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 인형을 열면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죠. 다산을 의미한다고.
음식은 주로 고칼로리 식단에 염분이 많은 편이고요.
전세계에서 에너지, 삼림, 수산 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 러시아. 외채를 갚을 때 우리는 물건 수출하고 남은 돈으로 갚아야 하지만, 자원이 있는 나라는 땅 파서 갚더군요. 아니면 에너지 가격을 올리거나.
자원이란 건 참 무섭습니다. 이런 나라가 눈 뜨고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 파급력이 엄청 나겠죠. 이미 러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만불 수준. 자원전쟁,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도 국내 문제로만 아웅다웅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할텐데 말이죠.
동화처럼 예쁜 건물들. 수도 모스크바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 @ 하바로프스크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만난 개구장이들. 중간에 있는 녀석은 나중에 여자들 많이 울릴듯. ㅋ
평균 서너 시간을 자고 강행군 하느라 피곤했을 법도 한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은 롤링 페이퍼 채우기에 분주. 받고 나서 많이들 울었죠. 여행 그 자체보다 소중한 건, 새롭게 시작된 소중한 인연이 아닐는지.. :)
# 관련 글: 상하이, 그 두 번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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