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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운명이란 때로는 사소한 사건,
우연한 만남에 의해 결정되는 미묘한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삶의 길, 그 중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길 저쪽에서 반짝이는 이파리 하나,
혹은 희미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일지도 모른다. "
Quote: 홍정욱, 7막 7장 중에서..
많은 분들이 전화나 문자로, 뜻밖의 깜짝 편지와 블로그 코멘트를 통해 응원해주신 덕분에 지난 4주간의 훈련을 건강히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사람과의 만남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IT업체 개발자부터 제조업체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까지, 미국 영국 일본 유학파부터 고등학교만 마친 이들까지 각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열셋의 동료와 한 내무반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하나 미운 사람 없이 모두가 맘이 맑고 웃음이 많은 이들이라 그들과의 생활이 참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인생의 긴 여정 가운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쭉 함께 하고 싶은 이들입니다.
퇴소 전날 밤엔 입소 때 써낸 개인 신상 정보 내용에 호기심을 가지신 중대장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즐거운 만남과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만남의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78번 이지만 훈련병이 누굽니까. 중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훈련병 중에 이 방에 들어가는 사람은 훈련병이 최초인 것 같군요.”
하루에도 이어진 수 시간의 행군도 남들은 지루하고 힘들었다지만 넓은 시야로 들어오는 시골의 파란 하늘과 초롱초롱한 별빛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었던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고,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만 여기며 살아온 주위의 사람들이나 저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도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로 사흘 이상 네트워크 세상과 멀어져 본적 없는 저에게 100페이지 분량이 넘는 편지로 중요한 뉴스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준 진우 형에게 가장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주소가 나오면 주소를 좀 올려달라고 했더니 사진까지 올리는 테러를… -_-^)
퇴소를 이틀 남겨둔 날 밤엔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뀌면서 반이 갈리던 때의 감상적인 기분이 저를 감싸더군요. <어린 왕자>에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길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던가요. 순간순간 남김없이 최선을 다해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어차피 헤어져야 하는 것, 삶에서 그냥 스쳐 지나갈 것들엔 너무 많은 정을 주어서는 안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조만간 한분 한분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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